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된 부당합병 및 회계부정 혐의 재판에서 대법원으로부터 무죄를 확정받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 부당 합병 혐의 관련 2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11.25 (연합뉴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17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단을 확정했다. 이로써 2020년 9월 기소된 이후 4년 10개월에 걸친 이 사건 형사재판이 마무리됐다.
이 회장은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통해 최소한의 비용으로 그룹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사내 미래전략실을 통해 부정거래와 회계부정을 주도한 혐의를 받아왔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 장충기 전 차장 등 전직 임원 13명도 이날 모두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1심과 2심의 판단을 모두 수용했다. 특히 검찰이 제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서버 백업, 장충기 전 차장의 휴대전화 메시지 등 전자정보 증거들에 대해 “적법한 압수수색 절차와 참여권 보장이 미흡했다”며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증거능력이란 형사재판에서 증거로 채택될 수 있는 법률상 요건을 뜻하며, 해당 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유죄 여부 판단의 근거로 삼을 수 없다.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압수수색 절차 위법성과 전자증거의 증거능력 결함 등을 지적하며 주요 물증을 배제했고, 결과적으로 혐의를 인정할 직접 증거가 부족하다는 기존 판결을 유지했다.
이 회장의 변호인단은 “대법원 최종 판단을 통해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점이 명확히 확인됐다”며 “5년에 걸친 충실한 재판 절차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회장에 대한 수사는 국정농단 사건과 맞물리며 2016년 이후 본격화됐다. 2018년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에 고의성 판단을 내리고 검찰 고발에 나서면서, 삼성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형사재판이 본궤도에 올랐다.
2020년 9월 서울중앙지검은 이 회장을 포함한 관계자 11명을 기소했다. 2023년 2월 1심은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고, 올해 2월 항소심에서도 추가된 공소사실까지 포함한 23개 혐의 모두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1·2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공소사실은 추측과 시나리오에 기반해 형사 책임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회계부정과 관련된 혐의에 대해선 “콜옵션 등 회계 처리 방식은 당시 사업 성과와 국제회계기준에 따른 판단으로 보인다”며 삼성 측 입장을 수용했다.
검찰은 2심 결과에 불복해 상고했고, 상고심의위원회를 거쳐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으나, 이날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이번 판결로 이재용 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에서 사실상 해방되게 됐다. 이 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에서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2021년 8월 가석방됐으며, 이듬해 8·15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바 있다.
대법원 확정판결을 계기로 삼성은 경영 불확실성을 털고, 미래 사업 투자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