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지 4년 10개월 만에 무죄를 확정받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6경제단체·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5.6.13 (연합뉴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17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 대해 1·2심과 같은 무죄 판결을 내리고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로써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 장충기 전 차장, 김종중 전 전략팀장 등 동반기소된 전직 임원 13명도 모두 무죄가 확정됐다.
재판부는 “원심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거나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았고, 자본시장법 및 외부감사법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도 없다”고 밝혔다. 특히 검찰이 핵심 증거로 제시한 전자정보 압수물의 수집·탐색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는 하급심 판단도 그대로 인정했다.
이 사건은 이 회장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통해 경영권 승계를 꾀하면서 부정거래를 주도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를 왜곡해 자산 가치를 부풀렸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당시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미국 바이오기업 바이오젠 보유 콜옵션을 숨기다 합병 직전 부채로 반영하는 방식으로 회계기준을 변경했고, 이는 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한 분식회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콜옵션이 실질적 권리로 간주되면서 삼성바이오가 지배력을 상실한 것으로 판단한 회계처리는 당시 사업성과와 국제회계기준에 부합한다고 봤다. 이어 "보고서 조작이나 부정한 합병 계획 수립은 추측에 불과하고, 형사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은 주요 물증으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18TB 분량 백업서버, 장충기 전 실장의 휴대전화 메시지 등이 포함됐다. 압수수색의 적법성과 절차상 참여권 보장 여부 등이 미흡해 해당 자료는 유죄 판단에 사용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 역시 이 같은 1·2심 판단에 동의하며 “압수수색의 적법성,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의 예외 등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 회장의 변호인단은 판결 직후 입장문을 통해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점이 최종적으로 확인됐다”며 “5년에 걸친 충실한 심리를 통해 현명한 판단을 내려준 법원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2020년 9월 기소된 이후 2023년 2월 1심에서, 2025년 2월 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1·2심 모두 “검찰이 제시한 혐의는 시나리오와 가정에 기반한 것으로, 형사처벌로 이어지기에는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다.
이로써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재판에 이어, 경영권 승계와 회계부정 혐의까지 포함한 주요 사법 리스크에서 이재용 회장은 사실상 벗어나게 됐다. 삼성은 향후 경영 정상화와 미래사업 투자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