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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플랫폼이 불러온 자영업 양극화…“성장잠재력 있는 곳에 금융 집중해야”

  • 김인규 기자
  • 등록 2025-07-17 14:3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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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라인 소비 증가, 수도권보다 비수도권 자영업에 더 큰 타격
  • 소액‧지속적 금융지원은 실효성 낮아…“선별해 충분히 지원해야”
  • 한은 “저생산성 자영업 과잉 지원, 지역 전체 경제에 악영향” 경고

온라인 플랫폼의 확산이 자영업자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분석 속에, 정부의 자영업 금융지원이 성장잠재력이 큰 업체에 집중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음식점음식점 거리 (연합뉴스) 정희완 한국은행 지역경제조사팀 과장은 17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BOK 지역경제 심포지엄’에서 “온라인 플랫폼 성장은 자영업 경영성과의 격차를 키우고, 비수도권 자영업자에게 더 큰 피해를 주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매업에서는 온라인 판매 시스템을 갖춘 대형 업체와 그렇지 못한 소규모 업체 간 매출과 고용의 격차가 벌어졌고, 음식점업에서도 배달 친화적 구조를 갖춘 기존 대형업체가 성장한 반면, 창업 초기나 배달 비중이 낮은 업체는 타격을 입었다.


특히 지역 간 격차도 두드러졌다. 온라인 소비 비중이 1%포인트 늘 때 대형과 소형 소매업체 간 매출 성장률 격차는 수도권 5.1%포인트, 비수도권에서는 7.2%포인트에 달했다. 음식점업의 경우 온라인 배달 비중이 10%포인트 증가할 때 수도권은 3.2%포인트, 비수도권은 6.3%포인트의 매출 격차가 나타났다.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위축된 자영업자를 살리기 위해 금융지원을 확대했으며, 그 결과 매출과 고용이 각각 8.8%, 1.2% 증가하고 폐업 확률은 1.6%포인트 감소하는 등의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매출 개선 효과는 주로 창업 초기, 청년층, 소규모 업체에 집중됐고, 그 외 업체는 폐업률만 감소했을 뿐 뚜렷한 개선은 없었다.


특히 지원 금액이 2천만원 미만인 경우 매출 개선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고, 폐업률도 0.4%포인트 하락에 그치는 등 실효성이 낮았다. 4년 연속 금융지원을 받은 업체의 경우에도 2년 후 지원 종료 그룹과 비교해 경영성과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자영업 금융지원 효과

정 과장은 “경쟁력을 상실한 자영업자에게 과도한 지원을 하면 다른 업체의 성장 여력을 갉아먹는 부정적 외부효과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금융지원을 받는 저생산성 자영업자 비중이 1%포인트 증가할 경우, 지역 내 타 자영업자의 매출이 1.7%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2018년부터 2023년까지 금융지원의 수혜 비중은 업력 4년 이상, 중‧대규모, 40대 이상 등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낮은 그룹에서 크게 증가했다. 저생산성 업체에 대한 지원 비중도 3.7%에서 7.2%로 확대됐고, 2천만원 미만 소액 지원 비중은 20.8%에서 28.7%로 상승했다. 비수도권의 업체당 평균 지원금도 4천300만원으로 수도권(5천600만원)의 77% 수준에 불과했다.


한은은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자영업 금융지원의 전략적 재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창업 초기, 청년층, 소규모 업체 등 성장잠재력이 있는 자영업자를 선별해 충분한 규모로 집중 지원하고, 사전·사후 심사를 강화해 과잉 창업과 도덕적 해이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개회사에서 “이미 생산성이 낮아진 업체에 대한 지원은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성장 가능성이 있는 자영업자에게 금융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역 간 격차와 청년 유출, 산업 기반 약화 등 구조적 문제가 전체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균등한 자원 배분보다는 전략적 집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온라인 플랫폼과 기술 변화에 따른 자영업 환경 변화에 대한 진단도 이어졌다. 김기훈 고려대 교수는 “생성형 AI의 확산으로 소비자는 기존의 ‘검색’에서 ‘대화형 응답’ 방식으로 구매를 결정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지역 특화 플랫폼과 같은 소형 플랫폼이 주목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양수 대한상공회의소 SGI원장은 저출생, 지역소멸, 탄소중립, 첨단산업 등 복합 위기를 포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메가 샌드박스’ 도입을 제안했다. 그는 광역 거점도시에 산업특화, 규제유예, 정주환경 개선 등을 묶은 대규모 전략으로 기업 유치와 지역경제 재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성민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역거점대학을 지역혁신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창업, 기술이전 등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비거점대학과의 기능적 협력 체계를 마련할 필요성을 제시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온라인 플랫폼의 확산과 AI 기술 발전이라는 메가 트렌드 속에서 자영업, 지역경제, 산업 전략이 어떻게 재편되어야 할지를 통합적으로 조망한 자리였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지역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실천 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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