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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은 되는데 문재인은 안 되는 까닭은

  • 이현중 메시지 크리에이터
  • 등록 2021-07-02 17: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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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신기 박사의 「김대중과 현대사」를 읽다가 ②

최형우는 왜 쓰러졌을까

장신기 박사는 김대중 리더십의 본질을 진취적 리더십으로 규정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권재창출을 위해 측근들에게 희생과 헌신을 종용했다. 포기와 단념을 압박했다.

이는 단지 김대중에게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상도동계 좌장 역할을 맡고 있던 최형우 전 내무부 장관이 갑자기 쓰러진 데에는 YS가 그의 대선 불출마를 강력히 권고한 일이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믿었던 ‘행님’의 돌연한 배신 아닌 배신으로부터 비롯된 충격과 허탈감을 최형우는 견디지 못했다고 한다. 신한국당 9룡의 하나로 각광받던 김덕룡 전 정무장관도 오랜 시절 공들여 키워온 대통령의 꿈을 주군의 만류와 저지로 말미암아 눈물을 삼키며 접어야 했다.

김대중과 김영삼은 역사의 고비에 이르렀을 때마다 그들의 가신과 가족에게 인정사정이 없었다. 국면전환에 필요하다면 측근들의 용퇴를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밀어붙였고, 민심수습에 도움이 된다면 사랑하는 자식마저 이를 악물고 감옥으로 들여보냈다.

왜 많은 국민들이 최근 들어 양김 시대를 그리워하는 것일까? 어째서 장신기 박사를 위시한 다수의 학자와 전문가들이 김대중과 김영삼의 리더십에 대한 긍정적 재평가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게 된 것일까? 문재인식의 지질하고 민망한 측면대결과는 달리 떳떳한 정면대결을 불사하는 양김의 승부사적 기질이 톡톡히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스스로의 과오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담담하게 죗값을 치렀던 동교동계와 상도동계 정치인들의 협객다운 풍모가 나에게는 한없이 관대하고, 남에게는 과도하게 엄격한 지금의 586 세대 정치인들의 소인배적 꼬락서니와 천양지차로 대조를 이루는 이유에서일 것이다.

현재의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호남권을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들에서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게 여론조사상의 정당지지율이 뒤지고 있다. 특별한 반전의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 한에는 야당으로의 정권교체가 나날이 기정사실이 되어가는 흐름이다. 여당의 골수 지지층과 문재인 대통령의 극렬 추종자들만 이를 인식하지도, 인정하지도 않는 채 자멸적인 정신승리에 몰두하는 형국이다.

필자 개인적으로도 민심의 현주소를 탐문해보면 어차피 현재의 1번을 찍을 유권자가 아니면 다들 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반응이다. 그럼에도 무조건 더불어민주당을 찍을 성향의 사람들은 자기들끼리만 더 단단히 뭉치고 있다. 작용은 반작용을 부르는 법이다. 그들이 더더욱 단단히 결속하면 할수록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은 보다 높아지는 추세이다.

이와 같은 정치지형과 역학구도는 김대중 정부 후반기에도 이미 출현한 선례가 있다. 그때도 호남을 뺀 나머지 전 지역에서 제1야당인 한나라당이 집권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을 지지도에서 압도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와 지금은 한 가지 결정적 차이점이 있었다. 당시는 대통령이 김대중이었고, 지금은 문재인이라는 점이다.

진취적 지도자 김대중

김대중은 정권재창출에 그의 측근들의 존재가 걸림돌 구실을 한다고 판단하자 망설임 없이 그들을 2선으로 퇴진시켰다. 설령 억울한 구석이 있어도 심지어 순순히 구속ㆍ수감될 것을 채근했다. 청와대의 현직 대통령부터가 사즉생의 비장한 각오로 달려들자 당장에 여당 구성원들이 자세와 눈빛부터가 판이하게 달라졌다. 따라서 새천년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국민경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할 일은 김대중과 동교동계 인사들의 피와 땀과 눈물로 차려진 밥상을 맛있게 먹기만 하는 되는 것뿐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심복과 수하들의 정치적이고 물질적인 이해관계를 본인의 임기 말까지 악착같이 챙겨주는 데 여념이 없다. 정권이 야당으로 설령 넘어가도 무리하게 급조돼 출범한 공수처와 친문파 정치검사들이 막무가내로 장악한 검찰조직이 퇴임 후의 그를 보호해주리라고 철석같이 믿는 기색이다. 그 밥에 그 나물인 칙칙하고 구태의연한 “그때 그 사람들”로 주로 채워진 더불어민주당의 감동도 없고, 흥미도 없고, 더욱이 의미도 없는 대선주자들의 면면이 무엇을 함의하겠는가?

If DJ, 김대중이었다면? 더불어민주당의 경선은 지금쯤 참신하고 역동적인 뉴 페이스들의 향연장이 되었으리라. 박용진과 김해영과 강훈식이 제2의 40대 기수론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제창하는 가운데 청와대의 간곡한 설득으로 복당을 결단한 금태섭이 전격적으로 경선전에 합류해 분위기를 한층 더 후끈 달궈놨을 게다. 그러자 문 대통령과 잠시 척을 지었던 윤석열과 최재형과 김동연이 결국은 여권의 대통령 후보 자리에 도전하기로 차례차례 마음을 굳혔을 것이다. 여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한국정치의 과감한 혁신을 선도하고, 한국사회의 총체적 변화를 견인하는 태풍의 눈으로 신속하고 화려하게 부상했을 게 명약관화하다.

장신기 박사가 저술한 「성공한 대통령 김대중과 현대사」에서 수시로 등장하는 형용사가 ‘진취적’이라는 수식어이다. 김대중의 진취적 면모는 DJ가 가진 천의 얼굴들 중에서 여태껏 일반대중에게는 가장 소개되지 않은 부분이다. 진취적 인간은 창의적이고 유연하다. 개방적이고 포용적이다. 창의성과 유연성, 개방성과 포용성,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시종일관 결여된 것으로 보이는 네 가지 덕목 겸 요소들이다. 진취성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김대중과 문재인은 그야말로 극과 극인 철저한 안티테제 관계를 지속적으로 형성해온 모양새이다.

“IF DJ”는 필자가 잠시 임의로 시도한 부질없는 가정법일 따름이다. 실제의 현실에서 전두환은 김대중의 인신을 동교동 자택에 가택연금했지만, 문재인 정권 사람들은 DJ의 진취적 기상을 당사 벽에 걸어놓은 네모진 사진 액자 속에 꽁꽁 가둬놓았다. 창의적이고 유연하며, 개방적이고 포용적이었던 김대중의 평화민주당은 이제는 완고하고 경직돼 있으며, 폐쇄적이고 편협한 문재인의 더불어민주당으로 생뚱맞고 을씨년스럽게 바뀌어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는 맹목적인 내로남불의 진영논리에 찌들 대로 찌든 민주당 계열 정당의 극적인 쇠락과 처연한 변질의 틈새를 영리하고 효과적으로 비집고 들어와 남조선 제도권 정치의 새로운 기린아로 단박에 전광석화처럼 떠올랐다.

필자는 김대중이 만약에 살아 있었다면 그는 이준석을 자기의 후계자로 내심 지명했으리라라고 생각한다. 공정한 경쟁을 거쳐서 승리한 진정한 실력자가 세상을 이끌도록 하는 냉정하면서도 합리적인 게임의 법칙, 그게 바로 김대중을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유일하게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DJ 정신의 묘미이자 정수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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