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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양④, “보수는 북한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 이현중 편집위원
  • 등록 2021-03-11 16:5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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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기 1년짜리 서울시장의 수십만 채 주택 공급은 불가능하다

서울의 미래는 시민 개개인의 행복에 있어


오태양 미래당 대표는 삶의 변화는 가치관의 변화를 전제한다고 강조하고 있었다. (사진=최인호 기자)

공희준(이하 공) : 대표님께서는 한국사회가 직면한 총체적 위기의 근본적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오태양(이하 오) : 저는 맹목적 성장주의가 우리 사회의 절대적인 가치기준 구실을 해온 데 그 원인이 있다고 봅니다. 맹목적 성장주의는 일제로부터의 해방 이후 70여 년 동안 한국을 움직이고 규정해온 핵심적 동력이었습니다. 저는 성장주의의 한계가 뚜렷이 드러난 지금 근본적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서울은 개발주의가 득세한 고도성장 시대의 혜택을 가장 많이 만끽한 지역입니다. 그럼에도 성장에 어울리는 품격을 갖춘 세계적인 명품도시로 평가받기에는 여전히 이릅니다. 서울이 품격 있는 세계적인 명품도시로 거듭나려면 삶의 중심가치가 행복으로 바뀔 필요성이 시급합니다. 이러한 가치기준의 변환은 정치, 경제, 사회, 교육, 환경, 문화예술 등 모든 부문에서 전방위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서울의 1인 가구와 비혼 가구를 합친 비율은 전체 가구 수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동에 걸맞은 변화 역시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습니다. 저는 그 변화의 고갱이가 ‘반려도시’의 개념에 있다고 봅니다.

 

반려도시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만을 염두에 둔 개념이 아닙니다. 서울은 날이 가면 갈수록 인간이 살기에 더욱더 외롭고 각박한 도시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반려도시는 서울을 시민들이 외로움과 고립감으로 신음하지 않는 도시로 만들어나가자는 정책입니다. 그러자면 시민들이 느끼는 고통스러운 고독감을 해소해줄 제도와 정책이 강구되어야 합니다.

 

공 : 그런 정책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오 : 이를테면 굳이 결혼 단계에 이르지 않아도 인간관계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보장해줄 수 있는 제도의 수립을 전향적으로 고려해볼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칭 서울반려가족조례」의 제정을 이미 제안한 바 있습니다.

 

기존의 전통적 가족제도를 대체할 새로운 형태의 혼인방식에 관해 추가적 질문을 하고 싶었지만 이는 금번 인터뷰의 중핵을 구성하는 주제가 아닌 까닭에 나중을 기약하기로 했다.

 

거대 정당에 소속된 서울시장 출마자들이 건설을 공약한 주택의 숫자를 전부 합산하면 무려 3백만 호에 달합니다. 그러니 어떤 시민들이 그분들의 허황된 약속을 신뢰하겠습니까? 임기 1년짜리 시장이 무슨 수로 그 많은 집들을 뚝딱 짓겠습니까? 청년들이 바라는 안정된 주거의 개념은 단순히 자기 집을 소유하겠다는 게 아닙니다. 그들이 원하는 건 정상적 공동체가 제공해줄 수 있는 이웃과의 따듯한 사회적 연결망이 확보된 거주공간입이다.

 

공 : 1년 안에 서울에 수십만 채의 신규 주택을 공급하는 과제는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환생해도 달성 불가능한 목표일 겁니다.

 

오 : 문제는 이제 서울시민들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정책들을 효과적으로 집행하려면 서울시장 한 명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사실에 있습니다. 저는 역대 서울시장들마다 신통치 않은 성적표를 들고서 쓸쓸하게 퇴임하게 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도 서울이 천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거대 도시임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서울의 경제 규모는 웬만한 국가들의 경제력을 너끈히 능가하는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이 크고 복잡해진 서울을 서울시장 1명과 정무부시장 1명, 그리고 행정부시장 2명으로 운영하려다 보니 당연히 엄청난 무리와 비효율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과도하게 중앙으로 집중된 서울의 행정시스템을 자치와 분권의 정신에 기초해 획기적으로 개편해야 합니다.

 

공 : 후보님께서 구상하신 개편안이 있나요?

 

오 : 저는 서울시청을 10개 청 체제로 전환한 다음 10명의 청장들이 각기 일정한 범위의 권한과 책임을 갖고서 서울시장과 협력해 서울시의 살림을 꾸려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협치 모델이라고 확신합니다. 예를 들면 청년청, 여성청, 소년청, 소수자청, 인생이모작청을 만들어 시민들의 피부에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와 닿는 특화되고 전문화된 정책들을 개발해 시행할 수 있습니다.

 

오태양 미래당 대표가 언급한 ‘청’은 기존의 구청들과는 결을 달리하는 수평적 개념의 조직으로 들렸다. 현재의 서울시와 구청들의 관계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종속적이고 수직적인 관계라면, 오태양 대표가 신설을 추진하려는 청들은 서울시청을 몇 개로 분할한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허나 이러한 기획에는 공무원을 증원해야만 한다는 맹점이 수반될 수 있고, 공무원 숫자를 무턱대고 늘리면 서울시민들의 조세부담 또한 그에 비례해 무겁게 증가하기 마련일 터이다.

 

남한은 북한을 압도하고 있다


오태양 대표는 북한은 더는 남한을 위협할 역량이 없다고 자신 있게 결론을 냈다. (사진=최인호 기자)

공 : 대표님께서는 남들이 선망하는 안정된 직업인 초등학교 교사 자리를 마다하고 양심적 병역거부로 옥고를 치르면서까지 오랫동안 평화운동에 매진해오셨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주류 진보진영에서 전개해온 평화운동은 남한과 미국의 책임만을 일방적으로 추궁할 뿐, 북한의 군비증강 특히 핵무력 강화에는 눈을 감는 분위기입니다. 우리나라 주류 평화운동의 북로남불(북한이 하면 로맨스, 남한이 하면 불륜)은 현재의 20대 청년세대가 북한에 대한 반감을 갖는 데 오히려 일조해온 것으로 분석됩니다. 북한은 청년들이 10년 가까이 의무적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해야만 하는 전형적 병영국가이자 시대착오적 군국주의 체제입니다. 한국의 평화운동이 이제는 북한의 김정은 정권을 향해서도 비핵화와 군축을 촉구해야만 한다는 시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오 : 북한을 향하여 이제 할 말은 해야만 한다는 데에는 저도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한반도 문제가 장구한 역사적 연원을 갖고 있는 것과 더불어, 복잡한 국제정치적 구조의 산물이란 지점에도 주목하고 싶습니다. 따라서 한반도 문제의 해법은 세계질서의 진전과 새로운 시대정신의 출현에 보조를 맞추며 마련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과 소련의 냉전은 진즉에 종언을 고했습니다. 그렇지만 미소 냉전의 종식은 또 다른 냉전의 시작을 뜻하기도 했습니다. 미국과 중국 간의 격화되는 패권경쟁이 바로 그것입니다. 안타깝게도 한반도는 미소 냉전은 물론이고 미중 냉전에서도 주요한 무대로 자리해왔습니다. 저는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보수세력의 접근방법에도, 진보진영의 대처방식에도 아쉬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먼저 보수세력에 세 가지 주문을 하겠습니다.

 

첫째는 북한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라는 조언입니다. 우리나라 보수들은 북한을 변함없이 공포와 경악의 시선으로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물론, 이해되는 부분은 있습니다. 남북한이 동족상잔의 전쟁을 치렀고,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핵을 갖고 있는 것과 실제 사용 여부는 별개 차원의 일입니다. 더욱이 재래식 군사력에서도, 나라의 경제력에서도, 국제적인 역학구도상의 유ㆍ불리에서도 한국은 북한을 총체적으로 압도하고 있습니다.

 

오태양 대표는 질문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추정’이라는 가치중립적일 수도 있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의 이른바 대북관을 평가하는 데 유용할 듯싶어 필자는 이 표현을 온전히 살리기로 결정했다.

 

공 : 체제경쟁에서 남한이 북한에 완승을 거뒀다든 의미인가요?

 

오 : 예, 그렇습니다. 남한과 북한은 아예 체급부터가 상대가 되지를 않습니다. 그런 왜소한 북한을 상대로 공포감을 품는다는 게 저는 도저히 납득이 되지를 않습니다.

 

흔히 ‘종북’으로 비난받는 인물과 집단은 북한은 더 이상 남한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도 북한식 유일체제의 장점과 우월성을 북측의 선전선동 일꾼들 뺨치게 치켜세우는 모순된 경향을 띠어왔다. 오태양 미래당 대표를 종북 내지 친북으로 도매금으로 분류하는 것은 그가 북한을 매우 저평가한다는 측면을 참작했을 때 대단히 부적절하고 자의적인 판단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⑤편에서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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