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원유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따라 국내 유가도 상승세로 전환, 서울 휘발유 가격이 리터(L)당 1,700원을 넘어섰다.
16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표시된 유가 정보 (연합뉴스)
원유의 70% 이상, 액화천연가스(LNG)의 3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에너지 수급 불안과 물가 급등 등 경제·산업 전반에 '오일쇼크' 재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서울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전일 대비 L당 9.70원 오른 1,706.22원을 기록했다.
서울은 전국에서 가장 유가가 높은 지역이며,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 역시 전일 대비 2.08원 상승한 1,632.35원이다. 경유 평균 판매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며 전국 평균 1,494.94원, 서울은 1,584.55원을 기록했다.
국내 유가는 지난주까지 5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지만, 국제유가 상승세 전환에 따라 이번 주부터 오름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현재까지의 유가 상승은 미국과 이란의 협상 차질, 러시아-우크라이나 휴전 협상 지연, 캐나다 산불로 인한 원유 공급 차질 우려 등 기존 상승 요인이 반영된 수치다. 중동 긴장 고조에 따른 유가 상승분은 국제유가 변동이 국내에 반영되는 통상 2~3주의 시차를 고려할 때 아직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최소 1~2주는 국내 주유소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유가가 더 오른다면 국내 기름값의 상승 폭도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7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73.80달러, 8월물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74.90달러에 거래 중이다.
국제유가 급등에 한국 정부와 산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중동은 전 세계 원유 생산의 3분의 1을 담당하며,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세 번째로 원유 생산량이 많아 확전 여부에 따라 원유시장이 더욱 크게 요동칠 수 있는 상황이다.
에너지의 100%를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은 휘발유·가스 가격 인상은 물론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전반의 인상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유가 10% 상승 시 기업 비용은 제조업 평균 0.67%, 서비스업 평균 0.17%, 전 산업 평균 0.38%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동산 원유를 가공하는 국내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업계는 유가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원유 도입 비용 증가로 인한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정제마진 급등으로 업황 개선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불리하다는 판단이다.
국내 해운 및 항공업계 역시 유가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 증가가 예상된다. 국내 선사들은 양국 간 전쟁이 확산하여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될 경우를 대비해 우회 노선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제조기업들도 해상운임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겪을 수 있으며, 특히 TV, 냉장고 등 부피가 큰 가전제품은 해상운임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중동 정세 악화로 세계 원유 물류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하루에 약 2천만 배럴의 원유와 석유가 통과하는 이 해협이 실제로 차단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며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시장에 막대한 충격파가 번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