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가 '내수 소비 추세 및 국제 비교 연구'를 통해 국내 경제의 내수 부진이 코로나19나 인플레이션 같은 단기 요인보다 인구, 고용, 산업 등 구조적 요인의 누적으로 장기 하락 추세에 접어들었다고 23일 진단했다.
대한상공회의소 건물 전경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내수 소비는 1996년까지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으나 이후 추세적인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특히 주요 경제 충격을 기점으로 소비 성장률이 급격히 감소했는데, 1988~1996년 9.1%였던 평균 소비 성장률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4.5%, 2003년 카드 대란 후 3.1%,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4%로 하락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인 2020~2024년에는 1.2%까지 떨어져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러한 소비 성장률 둔화로 국내총생산(GDP)에서 내수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감소 추세를 보였다. 내수 비중은 2002년 56.3%에서 2021년 코로나 기간 중 47.1%까지 하락했다.
대한상의는 내수 소비 부진의 주요 중장기 요인으로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와 '고령층 소비성향 감소'를 지목했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00년 7%에서 2024년 20%까지 빠르게 증가했지만, 60세 이상의 평균소비성향은 81.3%에서 2024년 4분기 64.6%까지 떨어져 세대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또 다른 주요 원인으로는 가계 자산의 부동산 집중 현상이 꼽혔다. 한국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0.5%, 임대보증금까지 포함하면 77.3%에 달한다. 여기에 가계부채는 2002년 말 465조원에서 2024년 말 1,927조원으로 4배 이상 증가했고, 최근 시장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며 소비를 더욱 제약하고 있다.
대한상의는 취업유발계수의 하락도 중장기 요인으로 제시했다. 제조업의 취업유발계수는 2000년 15.4에서 2020년 6.3까지 떨어졌으며, 특히 반도체, 화학 등 수출을 이끄는 산업들에서 더욱 낮게 나타났다.
내수 소비 활성화를 위한 대책으로 대한상의는 단기적으로는 영국의 '공격적 경기부양책(Recession Attacking)'을 제안했다. 이는 단기 경제 충격을 완화하면서도 산업 인프라와 같은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에 집중하는 정책이다.
중장기 대책으로는 취업유발계수가 높은 AI, 소프트웨어 등 중간재 서비스산업의 집중 육성과 고령층의 소비 여력 확충을 위한 대책을 주문했다.
또한 부동산 대출 관리 및 가격 안정화를 통한 가계부채 점진적 감소, 생산 및 소비인구 감소에 대응한 해외 인구 유입 정책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대외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튼튼한 내수 기반은 경제의 변동성을 줄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하다"며 "미래에 대한 선제적 투자와 더불어 우리 경제의 구조개혁을 병행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