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바티칸에서 가톨릭 세계를 12년간 이끌어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현지시간) 오전 7시 35분 88세의 나이로 선종했다고 교황청이 발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교황청 궁무처장 케빈 페렐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셨다"며 "삶의 전체를 주님과 교회를 섬기는 데 헌신했다"고 발표했다. 교황은 2월부터 38일간 폐렴 치료를 받고 최근 활동을 재개했으나, 부활절 미사 다음날 갑작스럽게 선종했다.
2013년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된 프란치스코는 1천282년 만의 비유럽권 출신 교황으로, 허름한 구두와 철제 십자가를 착용하고 소형차를 타는 등 청빈한 삶을 실천했다. 호화 관저 대신 일반 사제 숙소에서 생활하며 가톨릭에 대한 세계적 관심을 되살렸다.
아르헨티나 이민자 가정 출신인 그는 젊은 시절 공장에서 일하며 학업을 병행했고, 주교와 추기경 시절에도 빈민촌 사목에 헌신했다.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포용, 동성 커플 축복 허용 등 진보적 개혁을 추진해 가톨릭 내 보수진영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미국-쿠바 국교 정상화 기여, 미얀마 로힝야족 평화 메시지 전달, 이라크 방문 등을 통해 세계 분쟁 지역에 평화의 목소리를 높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갈등 속에서도 민간인 보호와 평화 촉구를 멈추지 않았다.
한반도 평화에도 관심을 기울여 2014년 한국을 방문했으며,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 개최로 재방한이 기대됐으나 끝내 이루지 못했다. 무릎 문제와 결장 협착증, 탈장 등 건강 문제가 있었지만, 자서전에서 "사임을 생각한 적 없다"고 밝혔다.
청빈과 겸손, 평화와 공존의 가치를 실천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으로 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들은 깊은 슬픔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