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7년 만에 10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단기적으로 주가 반등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중장기 주가 상승은 실적 개선 여부에 달렸다는 신중한 분석이 제기됐다.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 모니터에 삼성전자 주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1.38% 내린 4만9천9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지난 2020년 6월 15일 종가 4만9천900원을 기록한 후 4년5개월 만에 최저가다. 2024.11.14 (연합뉴스)
삼성전자는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어 향후 1년간 10조 원 규모의 자사주를 분할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이 중 3조 원은 18일부터 내년 2월 17일까지 3개월 내에 장내 매수해 소각할 예정이다. 이는 2017년 9조 3천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이후 처음이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2014년 주가 안정화를 위해 자사주 매입을 했던 사례와 유사하다”며 “당시 자사주 매입 발표 이후 주가가 단기적으로 14.5% 상승하며 하방 지지선을 형성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결정도 주가 안정에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는 과거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를 하회한 시점에서 자사주 매입 발표 후 단기 상승세를 보였다”며 이번 자사주 매입이 단기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중장기적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실적 개선이 중요하다는 신중론도 나왔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이 주가 하락을 억제하는 효과는 있지만, 실적이 주가 방향성을 결정한다”며 “메모리 반도체 업황 개선과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신기술 분야의 발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원 연구원도 “HBM4 시장 조기 진입과 DDR4, DDR5 재고 감소가 중장기 관점에서 주가 상승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자사주 매입 규모와 시기에 대한 아쉬움도 표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삼성전자의 현금 보유 능력을 고려하면 10조 원은 지나치게 적은 규모”라며 “올해 안으로 전량 매입해 소각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또한, “애플처럼 지속적인 주주환원 계획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자사주 매입이 단기적인 주가 반등의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삼성전자의 기술 경쟁력 회복과 실적 개선이 주가 상승의 열쇠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