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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는 왜 명일동으로 돌아가야 하는가

  • 이현중 메시지 크리에이터
  • 등록 2022-07-05 22:3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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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 배우자가 비서실장 역할까지 넘봐선 안 된다

바보야, 문제는 태도야


김건희 여사가 마치 비서실장 같은 자세와 눈길로 윤석열 대통령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이제는 너무나 자주 들어온 터라 진부하고 식상하다 못해 서까래에 새끼줄로 엮어 매어둔 전통 메주들처럼 아예 자연발효 단계에 도달한 정치적 경구가 있다. 이라크와의 걸프 전쟁을 승리로 견인한 공화당의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1924~2018) 대통령을 그야말로 한방에 훅 보낸 민주당 소속 빌 클린턴(1946~) 대선후보의 유명하고 지능적인 선거구호이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

 

보통의 여느 미합중국 민중은 치솟는 물가와 줄어드는 일자리 때문에 걱정이 태산인데 허구한 날 이라크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 혼쭐낸 이야기만 고장 난 녹음기처럼 주야장천으로 지루하게 되풀이 해대는 현직 대통령을 정조준한 통렬한 일침이었다.

 

그런데 구텐베르크가 최초의 근대적 인쇄술을 대중적으로 처음 선보인 이래로 출판시장은 늘 불황이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선사시대의 원시인들이 나무 위에서 내려와 수렵과 채집에 뒤이어 농경과 목축을 시작한 후에 경제는 항상 불황을 면하지 못했다. 그러므로 클린턴의 일갈은 다음과 같이 번안ㆍ각색돼야만 그 본질과 충격이 더욱더 예리하고 정확하게 체감될 것이다.

 

“바보야, 문제는 태도야(It’s the Attitude, Stupid)!”

 

그렇다. 민중은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자체보다는, 문제에 대처하는 자세를 보고서 특정 정권과 특정 정당과 특정 정치인에 대한 지지 여부를 결심하기 마련이다.

 

일본 연합함대 항공모함 기동부대의 진주만 기습과 관련해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옹색한 입장이었다. 그가 발탁한 해군 제독들과 진급시킨 육군 장성들은 일본군의 선전포고 없는 공격을 정확히 예상하지도, 효과적으로 분쇄하지도 못한 채 수많은 소중한 장병들의 목숨을 희생시키고, 다수의 긴요한 함선과 항공기들을 파괴당했기 때문이다.

 

허나 루스벨트를 향한 국민들의 신뢰와 성원은 오히려 가일층 높아졌다. 루스벨트가 책임을 군부에 돌리지도, 전직 대통령 후버를 탓하지도, 언론에 대고서 역정을 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루스벨트의 의연하고 솔직하며 책임감 있는 태도는 2억 미국인을 하나로 똘똘 뭉치게 만들었고, 미국을 상대로 무모한 개전을 결정한 일본제국의 군국주의자들은 잠자는 사자를 흔들어 깨운 대가를 혹독하게 치러야만 했다.

 

윤석열 대통령, 태도에서부터 빵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면한 우리나라 민생경제의 현실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 봉착했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체제를 방불하게 한다.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의 삼각파도가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양상으로 한국경제를 직격하고 있는 이유에서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웬만한 고층건물만 한 크기의 거대한 파도에 맞서야 하는 외로운 선장의 처지에 신임 대통령에게 관행적으로 주어지는 허니문 기간도 없이 놓였다.

 

한국 유권자들이 극단적이고 맹목적인 진영논리에 아무리 찌들어 있고, 딴지일보 김어준과 가세연 강용석 부류가 퍼뜨리는 악의적이고 무책임한 선동에 비록 심각하게 취약하다고 하여도 지금의 경제적 어려움이 윤석열 탓이라고 내심으로까지 생각할 정도로 무지몽매하지는 않다. 현재의 경제난은 국제경제의 구조적 환경과 전임 문재인 정권이 남긴 총체적 경제정책 실패의 후유증이 더불어 낳은 합작품인 것이다. 결국 국민들이 윤석열 정부에 기대하는 건 일본의 진주만 기습 다음에 미국 대통령 루스벨트가 보여준 성숙하고 듬직하며, 겸손하고 믿음직한 태도라 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반대 방향으로 맹렬하게 폭주하고 있다. 국민들이 윤석열 정부의 정책에 관한 판단을 내리기 이전에 현 정권의 태도부터가 글러먹었다고 확신할 수밖에 없는 불미스러운 정무적 대참사가 새로운 정부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는 도어 스테핑(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에서 연이어 펑펑 터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새 정부의 검찰 편중 인사를 전임 문재인 정부의 민변 도배 인사를 언급하며 대수롭지 않게 비껴갔다.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와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검증 작업이 부실했다는 국민과 언론의 정당한 문제제기의 경우에는 손가락을 야당 쪽으로 가리키며 배 째라는 식으로 버텼다. 급기야, 만취상태로 음주운전을 한 사실이 적발된 하자 많은 인물을 다른 부처도 아닌 교육부의 총책임자로 임명하는 만용을 부리고서는 분노한 국민이 아닌 음주운전 범죄자 출신의 신임 교육부 장관을 위로하는 어이없는 추태마저 불사했다.

 

그럴 바에는 이번 대선국면에서 국민의힘 사람들은 이재명 후보의 음주운전 전력을 왜 그리도 집요하고 가열 차게 물고 늘어졌단 말인가? 윤석열 대통령을 위시한 새 정권 수뇌부 인사들의 거만하고 독선적인 오불관언하는 빵점짜리 태도는 국민들로 하여금 출범 원년의 윤석열 정부를 문재인 정부 6년차처럼 느끼도록 이끄는 피로감과 염증을 불러오고 있다.

 

김건희 여사가 수립한 두 가지 대기록

 

윤석열 정권의 오만하고 불량하며, 권위주의적이고 고압적이고, 위선적이고 내로남불 하는 태도의 중심에는 다름 아닌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오롯이 자리해 있다. 필자는 자라나는 아이들 교육에 매우 해로울 음주운전 범죄자 출신의 장관 후보자를 윤석열 대통령이 기어이 교육부 수장에 임명한 일이 어쩌면 단 며칠간만이라도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부정적 민심의 화살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꼼수를 부리려는 데 있었던 게 아닌지 솔직히 무척이나 의심될 지경이다.

 

김건희 여사는 대한민국 대통령 영부인으로서 전인미답의 대기록을 무려 두 개나 세웠다.

 

첫째로 그는 공식ㆍ비공식을 막론하는 대선운동 기간에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하는 최초의 대통령 후보 배우자로 기록되는 부끄럽고 쑥스러운 불명예를 안았다.

 

둘째로 김건희 여사는 본인 입으로 직접 선언한 대국민 약속을 그의 반려자가 대통령에 당선ㆍ취임하자마자 노골적으로 파기한 최초의 후안무치한 영부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첫 번째 기록은 당시의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나친 음해공세와 친민주당 언론매체 및 유사언론사들의 과도하고 선정적인 보도들 덕분에 김건희 여사와 그의 남편인 윤석열 대통령에게 되레 도움이 되는 쪽으로 극적으로 반전되었다.

 

그렇지만 한번은 통해도 두 번은 통하지 않는 게 뜻밖의 운발이다. 조용히 내조에만 전념하겠다는 약속을 태연히 뒤집고 문재인 정부에서의 김정숙 여사와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장관이 하던 역할 두 가지를 두루 꿰찬 김건희 여사에 대한 평균적 시중여론은 대단히 비우호적이다. 실상은 몹시 적대적이다. 설상가상 격으로, 김건희 여사는 수시로 사회적 물의를 빚어온 자신의 팬클럽 회장에게 대통령과 함께 집무실에서 촬영한 사진들을 턱하니 건네주는, 공사 구분을 못하는 개념 없는 행동조차 서슴지 않았다.

 

김건희 여사가 ‘캐리어 우먼’으로 흔히 불리는 관록의 검증된 전문직 종사자임을 필자 역시 흔쾌히 인정하련다. 허나 지금은 자칫하다간 나라 경제가 통째로 결딴날지도 모르는 엄중한 비상시국이다. 최고집권자의 배우자가 조용하게 내조에만 주력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공공연히 뒤집고서 대통령실의 행사 기획자 노릇에 더해 정무수석비서관 구실까지 탐내는 형국이니 국민들이 윤석열 정부를 곱게 봐주려도 곱게 봐줄 수가 없는 것이다. 김건희 여사는 취임한 지 두 달밖에 경과하지 않은 대통령의 지지율에서 긍정적 답변과 부정적 응답의 순서가 역전되는 데드크로스 현상이 발생한 상황을 진지하게 반성해주시길 바란다.

 

여태까지의 여러 정황들을 종합적으로 감안하건대 김건희 여사는 그가 윤석열 대통령 옆에 버티고 있는 한에는 ‘적극적 개입주의’, 즉 나댐을 여간해서는 포기하지 않을 기세다.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담에 관계된 외교 문서를 신중하게 검토하는 남편을 그윽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김건희 여사의 자리는 본래는 대통령 비서실장이 있어야 마땅할 곳이었다. 김건희 여사와 김대기 비서실장의 위치가 완전히 뒤바뀐 양태다. 대통령을 배우자가 업무적으로 보좌하고, 비서실장은 가족적으로 내조하는 이상하고 엽기적인 모양새이다.

 

그래서 필자는 김건희 여사에게 진심으로 요청 드리는 바이다. 이건 단기적으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도모하고, 장기적으로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행복한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길이기도 하다.

 

김건희 여사께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동안 자기의 실질적 고향이자 주된 성장지인 서울 강동구 명일동으로 돌아가시라. 그곳에서 각종 입시와는 무관한 유아들과 초등학생들을 원생으로 받는 작은 미술학원을 운영하며 미래세대를 위한 소박한 헌신과 봉사활동에만 부디 낮고 겸허한 자세로 힘써주시라.

 

김건희 여사가 대학교에서의 전공을 살려 명일동에서 아담한 소규모 미술학원을 꾸리며 평범한 삶을 사는 모습은 국민들의 마음속에서 진정으로 신선한 감동의 물결을 꾸준히 불러일으키면서, 대통령 부부를 향한 따뜻한 연민과 뭉클한 존경심을 광범위한 일반대중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유발할 것이다. 성공하는 정부를 만들려고 자발적으로 주말 부부가 되기로 작정한 대통령 부부에게 돌을 던질 국민은 그 어디에도 없을 테니까.


명일동은 전형적인 서민층 주거 지역이다. 대의멸친 차원에서 시한부 별거를 선택하고서 주말과 휴일에 아내를 만나러 명일동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그에게는 가장 치명적으로 결여된 덕목이며 자질인 서민적 감수성을 자연스럽게 체득ㆍ배양할 수가 있으리라. 윤 대통령이 작금에 드러내는 제왕적이고 귀족적인 측면들은 그 덕분에 크게 완화ㆍ불식될 수 있을 게다.

 

정책에서 실패하면 잠시 실패한다. 정무에서 실패하면 당분간 실패한다. 그러나 태도에서 실패하면 영원히 실패한다. 본디 지혜롭고 현명한 여성일 김건희 여사께 필자가 윤석열이 다스리는 나라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꼭 들려주고 싶은 충정 어린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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