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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도 살고 김동연도 사는 길은

  • 이현중 메시지 크리에이터
  • 등록 2022-05-23 19: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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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연은 이재명과 왜 차별화해야 하는가

지구와 달의 동반 몰락


김동연과 이재명의 밀착은 김동연의 강점인 중도 확장성을 손상시켰다. (사진 김동연 후보 페이스북)

암호화폐 업계에 핵폭탄이 떨어졌다. 올해 한반도 남쪽에 두 번째로 투하된 비유적 의미의 핵폭탄이다.

 

첫 번째 핵폭탄은 금년 3월 9일 실시된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에 떨어졌다. 핵을 맞아도 맞은 줄 모를 정도로 통점이 둔감해진 더불어민주당과 달리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폭발에 수반된 즉각적 반응이 나타났다. 폭락사태의 폭심지(Ground Zero) 역할을 한 테라(Terra)와 루나(Luna) 두 가지 종류의 암호화폐에 투자했다가 크고 작은 금액을 공중으로 허망하게 날려버린 수십만 명이 투자자들이 일제히 비명을 질러댔기 때문이다.

 

고통을 느낀다는 건 역설적으로 아직은 온전하게 살아 있다는 증거이다. 필자가 암호화폐 생태계의 건전하고 정상적 발전에 필요한 유효한 대책과 방안이 머잖아 나올 것으로 확신하는 근거이다. 그렇다고 내가 더 늦기 전에 빚을 내서라도 비트코인 등의 암호화폐의 채굴과 매입에 나서라고 촉구하는 것은 아님은 물론이다. 어떤 일이든 치밀한 사전준비와 함께 자신의 행동과 선택에 대한 후과는 본인 스스로 오롯이 책임져야만 한다는 의연한 마음가짐이 요구되기 마련이다.

 

필자는 수년 전에 암호화폐 상장 작업을 추진하던 회사에서 반년 가량 근무한 적이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알쏭달쏭한 게 암호화폐의 세계이다. 따라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개발해 발행한 이른바 스터블 코인(Stable Coin) 테라와, 테라의 위성 코인 격인 루나의 연관성은 듣기만 해도 골치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지구와 달의 관계에서 재치 넘치게 착안한 암호화폐인 것 같기는 한데, 나처럼 나날이 머리가 화석화돼가는 중년의 정치평론가 입장에선 자세하고 구체적인 설명은 젊은 친구들로부터 구하는 게 바람직할 듯싶다.

 

확언할 수 있는 대목은 ‘미중(美中) 전략경쟁’으로 상징되는 작금의 탈동조화(Decoupling) 시대에 권도형 대표가 밀어붙인 암호화폐 사업의 연환계는 적벽대전에서 위나라 조조가 구사한 연환계 전술만큼이나 시장의 가파른 변화와 예상하지 못한 위기의 발생에 취약하다는 점이이라.

 

테라 이재명, 루나 김동연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와 김동연 전 경제부통리의 관계는 변화와 위기에 취약하다는 데에서 테라와 루나의 상관관계 못잖은 것이 객관적 현실이다. 이재명 전 지사의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에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다. 이재명은 문재인 정부 집권 시기에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과감한 차별화를 막판까지 주저하다가 이와 같은 수동적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이재명이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을 주도적으로 상승장으로 견인하기는커녕 하락장 속의 당의 지지도에 피동적으로 속박된 배경이다. 그러므로 당내 강경 초선의원 집단인 ‘처럼회’의 검수완박 입법폭주가 민심의 강력한 역풍을 맞으며 더불어민주당이 휘청거리자 이재명 역시 정치적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말았다.

 

권도형 대표가 야심차게 염두에 둔 모양새는 테라의 가치가 떨어지면 루나를 발행해 하락세를 차단하는 구조였다고 한다. 허나 테라의 거품이 꺼지자 루나 또한 덩달아 빈껍데기만 남았다. 루나를 테라와 아예 별도의 암호화폐로 설계했다면 최소한 둘 중 하나는 가치를 유지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재명과 김동연은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부분을 제외하면 공통분모가 거의 없다. 이재명은 경기도 관내의 번화한 위성도시에서 돈 잘 버는 변호사였고, 김동연은 중앙정부 경제부처의 성실하고 모범적인 관료였다. 구태여 공통분모를 하나 더 추가하자면 이재명과 김동연 전부 지독한 빈곤의 경험은 이제는 옛날 옛적 얘기일 뿐, 이미 오래전부터 경제적으로 풍족하고 안정된 생활을 누려왔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김동연 전 부총리가 거주하는 도곡동 렉슬 아파트는 강남권에서도 손꼽히는 고급 아파트 단지이다.

 

김동연의 강점은 산토끼로의 확장성이었다. 그는 문재인 정권 경제팀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청와대가 무모하게 밀어붙인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방침과 근본 없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공공연히 반기를 들었다. 김동연은 중도 성향의 국민들은 물론이고, 합리적 보수를 지향하는 유권자 대중마저 지지층에 포괄할 수 있는 만만찮은 잠재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김동연이 이재명과 테라와 루나를 방불하게 하는 공동운명체처럼 엮이면서 그의 본래 특장점이던 중도 확장성은 신속하고 철저하게 희석되었다.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자에게 경기도지사 선거전에서 역전을 허용한 결정적 패착이다. 이재명을 향한 전통적 보수층의 반감과 중도층의 불안감을 김동연이 고스란히 뒤집어쓴 형국인 셈이다. 김동연의 경쟁력 상실 및 약화는 이재명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이재명이 김동연을 영입하며 내심 원했을 보완재 효과가 완전히 소멸한 탓이다.

 

김동연은 김은혜에게 재역전승을 거둘 수 있을까? 여론조사상 추세를 고려하면 전망은 대단히 비관적이다. 김동연에게 분위기를 극적으로 반전시킬 대담하고 획기적인 승부수가 요구되는 까닭이다.

 

그 승부수는 김동연이 이재명과의 확실하고 단호한 선긋기를, 곧 차별화를 결단하는 데 있다. 이재명과의 절연 내지 탈동조화 시도가 김동연이 느닷없이 이재명을 비난하고 공격하라는 주문은 아니다.


세간에는 김동연이 오는 6월 1일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에 선출되면 자연스런 순서로 대선에 도전할 거라는 추측이 파다하게 퍼져 있다. 김동연은 호사가들이 상정한 이러한 시나리오를 그의 입으로 직접 명징하게 공식화해야만 한다. 2027년 대선에 출마할 의사가 있음을 뚜렷이 밝히란 거다.


새로운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한동훈 신임 법무부 장관이 급부상하는 중이다. 김동연은 야권 안에서 한동훈과의 변별력과 대립각이 단연 선명히 도출되는 인물이다. 한동훈이 압구정동 귀공자 출신이라면. 김동연은 허름한 판잣집 태생이다. 검사로서 잔뼈가 굵은 한동훈이 수사 전문가라면, 김동연은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검증된 경륜의 노련한 경제통이다.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적 요소인 중도 확장성에선 김동연은 한동훈에게 시쳇말로 전연 꿀릴 게 없다고 하겠다.


야당의 생명력은 다양한 선택지에서 비롯된다. 수권 가능성은 예측을 불허하는 꿈틀거리는 역동성을 거치며 증폭돼왔다. 다음번 대선 후보는 무조건 이재명이라는 식으로 고착돼서는 당은 기본이고, 당사자인 이재명에게조차 결코 이롭지가 않다. 김동연에게 이재명으로부터의 자주적인 독립선언이 절실한 이유다. 수직적이고 종속적인 하청관계에서 대등하고 협력적인 경쟁관계로의 전환, 김동연도 살고 이재명도 아울러 기사회생하는 단 하나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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