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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의 난’을 진압하다

  • 이현중 메시지 크리에이터
  • 등록 2021-09-28 22: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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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돌함의 이준석이냐, 노회함의 김어준이냐 ⑮

한국의 공영방송이 살인도구인 이유는

 

감어준 방송을 들을 권리는 소중하다. 허나 김어준 방송을 듣지 않을 권리도 소중하다. (사진 뉴스공장)

필자는 정부예산으로 유지되는 방송은 텔레비전이든, 라디오이든 일절 듣거나 보지를 않는다. 남한사회에서 정부의 통제 아래 놓인 모든 언론은 정권의 전리품 노릇을 항시 하기 마련이다. 정권의 전리품은 민중의 간절하고 보편적인 염원을 대변하지 않는다. 정권의 이기적이고 정략적 이익에 복무할 뿐이다.

 

영혼 없는 국영방송에 소속된 방송꾼들이 제작해 송출하는 영혼 없는 방송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시청자와 청취자들은 넋이 나갈 수밖에 없다. 인간이 넋이 꾸준히 나가면 어떻게 되느냐? 결국에는 예외 없이 죽는다. 그러므로 건강하게 장수하길 바란다면 국영방송국들이 내보내는 사람 넋 나가게 하는 내용들을 최대한 멀리할 필요가 있다.

 

국영방송사에 의지해 생계를 영위하는 기자와 PD, 아나운서와 엔지니어라고 하여 원래부터 영혼 없이 태어난 족속들은 아니다. 이들이 영혼 없는 좀비로 전락한 것은 누군가 이들의 영혼을 사갔다는 뜻이고, 사람의 영혼을 사려면 대가의 지급이 반드시 선행되어야만 한다. 심지어 무소불위의 무시무시한 마력을 지닌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마저 영원한 젊음을 보장해주겠다는 달콤한 약속조건을 제시한 연후에야 파우스트 박사의 영혼을 힘겹게 쇼핑카트에 넣을 수가 있었다.

 

인신매매조차 거룩하고 성스럽게 여겨질 지경일 추악하고 비루한 영혼의 매매행위가 자기들 돈도 아닌 힘없고 가난한 인민대중의 고혈을 쥐어짜 조성된 세금으로 공공연히 이뤄지는 공간이 KBS 한국방송, MBC 문화방송, TBS 교통방송, 그리고 YTN과 연합뉴스TV 따위의 한국의 국영방송국들이다. 이들 방송사들은 한결같이 표면적으로 공영방송을 자처하고 있으나, 아무리 용을 쓰고 발버둥을 쳐봤자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자임하는 어용 국영방송이라는 본질적 성격에는 추호의 변함도 없음은 물론이다.

 

얼굴에 철판을 깔고서 정권을 보위ㆍ옹호해주는 데 대한 물질적이고 금전적 반대급부로 어용 국영방송국에 근무하는 인물들에게는 막대한 금전적 특혜가 따른다. 정규직 임직원 절반이 억대 연봉자로 알려진 KBS가 대표적 사례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제목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상황인 셈이다. 기생충!

 

기사님, 방송 좀 꺼주세요

 

서론이 쓸데없이 길었다. 필자는 오늘 월요일 아침에 평소대로 마을버스에 탑승했다. 딸아이가 재작년에 공립 병설유치원에 운 좋게 배정됐는데, 공립유치원은 수업료를 징수하지 않는 대신에 통학버스를 운영하지 않는다. 따라서 부모가 직접 아이를 유치원까지 데려다줘야만 하고, 자동차가 없는 나는 시내버스를 이용해 아이를 등원시켜왔다. 필자는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도 나처럼 자동차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총수는 오토바이, 즉 원동기가 장착된 이륜차를 주로 타고 다녔다.

 

나는 버스에 올라타 자리를 잡은 다음 옆좌석에 앉은 아이에게 장기간의 추석연휴로 말미암아 그동안 가지 못했던 유치원에서 주의해야만 할 일들을 당부하려고 했다. 대중교통에서는 작은 목소리로 짧게 대화해달라는 방역당국의 지침을 준수하고자 가급적 음성을 낮춰 간단한 이야기만 아이에게 해주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버스를 운전하는 기사님이 라디오 방송을 지나치게 높은 음량으로 켜놓은지라 필자 바로 곁에 앉은 아이와의 정상적 대화조차 불가능할 지경이었다. 소리만 컸다면 모를까, 기사님이 주파수를 맞춰놓은 프로그램은 하필이면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진행하는 TBS 교통방송의 「뉴스공장」이었다. 교통의 안전하고 원활한 흐름과는 전혀 무관한 집요하고 맹목적인 문재인 정권 찬양으로 악명 높은 문제의 프로그램 말이다. 더욱이 요즘에는 현재의 집권세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거라는 계산만 서면 근거 없는 가짜 뉴스 방송을 일삼으면서까지 민심을 조작하려고 시도하는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짓거리를 수시로 서슴지 않는 곳이 다름 아닌 김어준의 뉴스공장이다.

 

문재인 정권을 일방적으로 두둔하고 비호하는 라디오 방송을 승객들이 불쾌해할 만큼의 고출력 음량으로 틀어놓은 처사에 반감과 짜증이 유발된 사람은 단지 나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대부분의 승객들이 기사님이 자행한 사실상의 고막테러로 인해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다는 점은 그들이 제각기 얼굴에 쓰고 있는 두꺼운 마스크로도 감춰지지를 않았다.

 

결론은 누군가 총대를 메야만 한다는 거였다. 그러나 기사님에게 다가가 함부로 말을 걸었다가는 버스의 안전운행을 폭력적으로 방해했다는 프레임으로 되치기당할 우려가 있었다. 게다가 승객들 반응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정권홍보방송 청취를 남들에게 공공연히 강요하는 운전자라면 정치공학적 잔기술을 나름 상당하게 체득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웠다.

 

기회를 찾던 나는 버스가 네거리에서 비교적 긴 신호대기 시간에 걸려 정지한 틈을 타 정중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운전석 쪽을 향해 앉은 자리에서 외쳤다.

 

“기사님, 김어준 목소리 듣기 싫어요!”

 

기사님은 평상시에도 비슷한 항의에 접해본 적이 이미 있는지 군말 없이 순순히 라디오를 껐다. 아니, 어쩌면 승객으로부터 그러한 요구를 공개적으로 받은 경험이 이번이 처음인지도 모른다. 나는 버스 기사님의 기분이 나빠질 것이란 생각에 그에게 솔직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지만 서울시내를 주행하는 버스들은 준공영제라는 이름으로 교통방송과 마찬가지로 시민들이 납부한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기사님들이 받고 있는 월급은 서울에 거주하는 인민들이 납부한 조세로 조달된다. 승객들이 차량 내에서 위험하게 소란과 난동을 피워선 안 되듯, 기사님들 또한 본인의 정치적 성향을 승객들에게 강요하는 독재적 횡포를 저질러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필자의 이와 같은 소신의 정당성을 확인시켜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김어준과 성명불상의 남성 둘이서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떠들어대는 엉터리 궤변으로 가득한 소음공해가 차내에 설치된 확성기들로부터 더 이상 울려 퍼지지 않자 승객들의 눈가에서 옅은 웃음기가 일제히 살며시 떠올랐다.

 

그렇다면 필자는 친문재인 방송에만 유달리 예민하고 신경질적일까? 그건 결코 아니다. 나는 강용석 일행의 「가로세로연구소」 유튜브 방송을 이어폰도 끼지 않은 채 전동차가 덜컹거릴 지경으로 큰소리로 듣고 있는 노인들과 벌써 몇 차례 승강이를 벌이거나 벌일 뻔한 경우가 있다.


자기 집이나 자신의 차 안에서 무엇을 시청하건, 어떤 걸 청취하건 그게 무슨 관계이겠는가? 허나 다중이 이용하는 공공장소에서는 공중파 방송이든, 유튜브 방송이든 즐기고 싶으면 혼자 이어폰 끼고서 즐겨야 한다. 내가 원하는 걸 듣고 볼 선택의 자유와 취향의 권리만큼이나 내가 원하지 않는 걸 듣지 않고 보지 않을 선택의 자유와 취향의 권리 역시 소중하다. KBS와 MBC 등속의 낡은 공중파 채널들이 속절없이 망해가는 와중에 넷플릭스 유형의 온라인동영상(OTT) 서비스 플랫폼이 나날이 번창하는 근본적 원인이 어디 있겠는가?

 

필자가 실로 간만에 강제청취당한 김어준 총수의 육성은 몹시 기가 죽은 상태였다. 신뢰성 없는 막가파식의 제멋대로 고무줄 여론조사 결과를 시도 때도 없이 발표하기로 명성(?)이 자자한 ○○미터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지지율이 동시에 대폭 올랐다며 설레발을 치고 있음에도 김어준은 왜 풀죽은 목소리로 방송에 임했을까? 이 부분에 관한 서술은 16회에서 이어가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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