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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김어준을 위해 ‘부르르’하다

  • 이현중 메시지 크리에이터
  • 등록 2021-09-21 02:28:06
  • 수정 2021-09-21 14: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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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돌함의 이준석이냐, 노회함의 김어준이냐 ⑬

안티조선 운동의 아름다운 시절


진중권은 변희재에 대한 은근한 잔정을 사망유희 토론의 성사로 표현했다. (사진 곰TV 갈무리)

‘안티조선 운동’은 한국 현대사를 통틀어 가장 신속한 속도로 타락한 사회운동으로 평가될 수 있다. 조선일보의 곡필과 선동을 규탄한다는 구실을 내세워 돈과 권력과 명예를 동시에 재빨리 움켜쥔 자들이 문재인 정권의 무능과 부패를 옹호ㆍ은폐하려는 의도 아래 쉬지 않고 배설해내는 비루한 궤변과 파렴치한 가짜 뉴스의 향연은 더불어민주당의 맹목적 지지층을 제외한 대다수 평범한 남조선 대중의 인식에서 구관이, 즉 조선일보가 명관이라는 씁쓸한 현실만 역으로 도리어 부각시키고 말았다.

 

김어준 일행의 막가파식 준동과 정청래 부류의 기회주의적인 기득권 586 세대 정치꾼들의 얍삽한 숟가락 꽂기로 말미암아 급작스럽게 변질되기 이전의 안티조선 운동은 두 명의 쟁쟁한 논객들에 의해 주도되었다. 강준만과 진중권이 아직은 맑고 순수한 시절의 조선일보 반대 운동을 이끌었던 걸출한 지식인들이었다.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는 오프라인에서 「인물과 사상」 같은 전통적 종이매체를 중심으로 조선일보라는 거대 언론권력의 횡포와 만행에 맞섰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새롭게 등장한 온라인 공간을 무대로 조선일보의 아성에 끊임없이 석포를 날려댔다. 진중권이 조선일보의 공식 홈페이지에 개설된 조선일보 독자마당(약칭 조독마)으로 진출해 조선일보 ‘밤의 주필’을 자처하며 조독마를 단숨에 평정한 사건은 총기와 객기와 협기가 조화롭게 공존하던 진중권의 젊었을 때를 여전히 기억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아련한 전설처럼 인구에 회자되어오고 있다.

 

진중권은 적진으로의 난입과 습격만을 즐긴 게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도와줘야만 할 괜찮은 매체로 생각되는 곳이면 아낌없이 원조를 제공했다. 또는 몸을 대줬다. 진중권의 지원사격 덕을 톡톡히 본 인터넷 뉴미디어들 가운데에는 김어준 총수가 운영하는 딴지일보도 당연히 포함돼 있었다.

 

진중권은 고객 맞춤형 출장서비스가 특기였다. 그는 우아함이 중시되는 데에는 우아한 논조의 글을 보냈고, 제도권 정치의 일거수일투족에 관련된 내용이 필요한 장소에는 구체적 현안과 관련된 의견을 보탰다. 논조는 거들어주지 않아도 형식은 맞춰주는 게 진중권만의 독특한 스타일이었다. 물론 진중권도 나이를 먹어가며 그와 같은 섬세함과 경쾌함은 과거와 비교해 많이 무뎌지고 둔중해졌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천하의 진중권도 시간의 공격에는 더욱더 힘들어하는 기색이 나날이 역력해지고 있다.

 

진중권의 뭐 까는 소리

 

2021년의 딴지일보는 꼰대 냄새 진동하는 칙칙하고 구태의연한 수구반동적인 정권홍보용 어용기관지의 추태와 망발을 수시로 도처에서 드러내고 있다. 진중권이 필진으로 합세한 2000년대 초반의 딴지일보는 명랑하고 발랄하며 진취적이었다. 강준만 사단의 「인물과 사상」이 성역과 금기에 집요하게 도전했다면, 김어준 일행이 돈맛에 취하지 않고 권력의 아편에 중독되지 않았던 시기의 딴지일보는 낡은 성역들과 시대착오적 금기들을 아예 엽기적으로 파괴하고 능멸했다.

 

진중권은 정치권력에의 영합을 거부하고 자본권력의 유혹마저 단호히 뿌리치고서 싱싱한 푸성귀 같은 독립매체의 길을 의연히 고집하는 김어준을 동정하고 연민했다. 아니, 진심으로 사랑했다. 왜냐면 김어준을 기쁘게 만들고자 기꺼이 제대로 망가지는 모습을 진중권이 자발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면서 이룩한 업적과 성과를 앞세우며 경기도지사에 당선되고, 마침내 유력 대선주자로까지 부상한 터이다. 허나 성남시 대장동에서 기존의 선거 구도를 통째로 뒤엎을 수도 있을 메가톤급 대형 사건이 터졌다. ‘게이트’로 불려야 마땅할 이 부동산 개발 비리 의혹 정중앙에 위치한 자산관리회사의 명칭이 「화천대유」이다. 주역에서 기업의 사명(社名)을 따왔다고 하는데, 회사의 대표자로 알려진 인사가 대학교에서 동양철학을 전공했다는 후속 기사를 접하고서야 필자는 저간의 사정을 대략 짐작하게 되었다.

 

화천대유와 견주면 몇 배는 더 아리송한 의미의 칼럼을 진중권은 딴지일보에 연재했었다. 진중권이 김어준에게 흔쾌히 투척해준 칼럼의 이름은 「陰莖反轉之音」이었다. 한글로 옮기면 음경반전지음. 한자로만 써보라면 필자는 솔직히 쓰지 못하겠다.

 

이 난해하기 짝이 없을 음경반전지음이 도대체 무슨 뜻이냐? 한마디로 ‘× 까는 소리’였다. 조금은 야시시한 문체의 사회비평이었는데, 본질은 글의 용도였다. 작금의 진중권이 김어준을 심심할 때마다 강력하게 저격하는 도구로 빈번히 동원되는 명랑성인완구 「부르르」 판매 사업을 은연중 홍보해주는 글이었던 것이다. 음경반전지음은 “이제 힘든 글쓰기는 진중권에게 맡기시고, 김어준 당신은 부르르 영업에 전념하세요”란 취지로 기획ㆍ집필된 연재 칼럼이었던 셈이다. 오늘날 페미니즘의 사수대로 변신한 진중권 입장에서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이불킥을 해야만 할 부끄럽고 민망한 흑역사이리라.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서울 강남 방배동의 금싸라기 땅에다 번듯한 자기 집을 마련한 이후로는 민감한 정치적 발언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마치 더 이상은 인생이 여한이 없다는 것 같은 느긋한 태도다.

 

그런 유시민이 제조한 역대급 명언들 혹은 망언들 중 압권이 “사람이 늙으면 뇌가 썩는다”는 얘기이다. 어쩌면 진중권은 뇌가 썩는 과정에서 그가 옛날에 김어준의 부르르 비즈니스를 응원하고자 부르르했던 기억을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망실했는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나이 먹어 뇌가 썩는 사태가 반드시 악재만은 아닌 듯싶다.

 

진중권과 김어준의 결정적 차이점이 있다면 진중권은 인기를 위해 살고, 김어준은 돈을 위해 산다는 것이다. 진중권에게 인기는 그 자체가 목적이다. 반면에 김어준에게 인기는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진중권에게는 김어준에게 없는 한 가지 장점이 있다. 그가 판단하기에 누군가 명분 있는 행동을 하고 있으면 흔쾌히 그 일을 거들어준다는 점이다. 진중권은 부르르 영업으로 발생하는 이익금을 김어준과 시쳇말로 뿜빠이하려고 얼굴 화끈거리는 제목의 글을 딴지일보에 공짜로 기고하지는 않았다. 그는 김어준이 성인용품을 팔지언정 권력에 영혼을 팔지는 않기를 바라며 열정페이를 감수하고 재능기부에 나섰다. 진중권의 희망과는 달리 김어준은 권력에 영혼을 저당 잡혀 결국은 수십억 원대의 건물을 소유한 부자가 되었다.

 

부유한 건물주가 되어 인생역전에 성공한 김어준은 진중권이 미처 갖지 못한 개인적 장점 하나를 확실히 장착하게 되었다. 김어준에게 물불 안 가리고 충성하면 최소한 밥은 먹게 해준다는 것이다.

 

진중권과 함께하면 이름값이야 약간은 챙기겠지만 그 대가로 생계가 곤란해진다. 김어준 곁에 찹쌀떡처럼 악착같이 찰싹 달라붙어 있으면 세상의 손가락질이란 손가락질은 전부 다 받을지언정 안정적으로 삼시 세끼 밥은 먹고 산다. × 까는 소리를 크게 외치며 왕년에 부르르 마케팅에 힘을 모았던 두 안티조선 운동 사내의 운명은 현재는 이렇게 엇갈렸다. (⑭회에서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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