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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의 빛과 그림자] 세계 1위 삼성 반도체의 시작점··· 사건사고, 그리고 사면의 반복

  • 김인규 기자
  • 등록 2020-10-27 17:5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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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 프랑크푸르트 발언, 가장 많이 회자되는 장면
  • 삼성전자, 2017년·2018년 인텔 제치고 글로벌 반도체 매출 1위
  • 무노조 경영과 경영권 불법승계, 비자금 등 적지않은 그림자도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년 시절 모습. (사진=삼성 제공)  이건희 회장은 1942년 경상남도 의령에서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와 박두을 여사 사이에서 3남 5녀 중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1961년 연세대학교에 입학했지만, 부친의 권고로 일본 와세다대학교 상학부로 유학을 떠났다. 이 창업주도 와세다대 전문부 정경과를 2년간 수료했다. 이후 이건희는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MBA과정을 수료했다.

 

1966년 삼성빌딩 비서실 견습사원으로 삼성그룹에서의 첫발을 뗐고, 1968년 말 중앙매스컴 이사로 임명됐다. 이 창업주는 애초 장남 이맹희에게 경영을 맡겼으나 한국비료 사카린 밀수사건 등의 처리 과정에서 신뢰가 무너졌다. 또, 사카린 밀수사건으로 구속됐다가 풀려난 차남 이창희는 이 창업주가 100만 달러 해외 밀반출, 현충사 조경비 부풀리기, 탈세 등을 저질렀으니 물러나야 한다는 탄원서를 박정희 대통령에게 보내기도 했다.

 

이건희는 삼성물산, 삼성그룹 부회장을 거치며 경영수업을 받았고, 1979년 2월 이건희는 삼성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공식적으로 후계자가 됐다. 이 창업주는 1976년 위암 판정을 받은 뒤 1987년 11월 19일 사망했고, 삼성그룹 사장단은 이건희를 회장으로 추대했다.

 

이건희 회장과 관련해 가장 널리 알려진 일화는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라는 프랑크푸르트 발언이다. 이건희는 1993년 6월 5일 프랑크푸르트로 떠나기 전 하네다공항에서 삼성 사내방송팀이 제작한 영상을 보게 된다. 

 

세탁기 조립과정을 담은 30분짜리 비디오테이프에는 플라스틱 뚜껑의 부품이 맞지 않자 칼로 깎아낸 뒤 조립하는 장면과 뚜껑을 잘라내던 직원이 현장을 떠나자 다른 직원이 투입돼 플라스틱을 깎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충격을 받은 이건희는 이학수 비서실 차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장과 임원들 200여 명을 모두 프랑크푸르트로 집결시키라고 명령한다. 

 

이건희는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켐핀스키 팔켄슈타인 호텔에서 “마누라와 자식을 빼고는 다 바꿔야 살아남는다”라고 말했다. 사장과 임원들에게 불량품이 나오지 않도록 강조한 것이 그 유명한 일화인 것이다.

 

또, 1994년 3월 9일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운동장에서 2000여 명의 임직원들이 모인 가운데 무선전화기, 키폰, 팩시밀리, 휴대폰 등 15만 대의 제품 500억 원어치를 망치로 부수고 불을 붙이는 화형식이 열기도 했다. 불량제품에 대한 극약처방이었다. 

 

세계 1위 삼성 반도체의 시작··· 자동차에선 쓴 맛

 이건희 회장이 1987년 삼성그룹 회장에 취임하고 있다. (사진=삼성 제공) 

이건희는 이병철 창업주에게 1974년 1월 설립된 한국반도체 인수를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그해 12월 사재로 한국반도체 지분 50%를 인수했다. 미국 실리콘밸리를 50여 차례나 드나들며 반도체에 매달렸다. 이 창업주는 1977년 삼성이 한국반도체의 나머지 지분을 인수하도록 했고 1978년 사명을 삼성반도체주식회사로 변경했다. 

 

삼성전자는 2020년 2분기 기준으로 세계 D램시장 점유율 42.1%, 낸드시장 점유율 33.8%로 1위에 올라있다. 양쪽 모두 2위와 격차가 10%p 이상 차이가 난다. 2017년과 2018년 인텔을 제치고 글로벌 반도체 매출 1위 기업에 오르기도 했다. 

 

세계 1위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이 이건희의 결단으로부터 시작한 셈이다. 반도체 연구개발단지 구축, D램 개발 등 반도체사업을 본격화하는 기반을 갖추는 데 이건희가 대부분 작업을 결정하고 지휘했다. 1990년대 중후반 반도체가 세계적으로 큰 불황기를 맞았을 때도 기술개발과 시설투자를 줄이지 않고 공격적 육성전략에 계속 힘을 실기도 했다.

 

어린 시절부터 자동차를 좋아했던 것으로 알려진 이건희는 취임 초기인 1987년부터 비서실에 자동차 사업 진출방안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1995년 삼성자동차를 설립해 1996년 삼성자동차 부산공장이 완공됐고, 1998년 3월 최초의 양산차 SM5의 판매가 시작됐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환경과 비효율적 투자구조에 1997년 12월 IMF까지 겹쳐 1998년 6988억 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결국 삼성자동차는 1999년 6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건희의 그림자, 무노조 경영부터 경영권 불법승계까지


이건희 회장이 1993년 신경영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 제공)  누구나 그렇듯 이건희의 기업 경영 과정에는 공과 함께 적지 않은 그림자도 드리워 있다. 한국노총은 25일 논평을 통해 조의를 표하면서도 "세계적인 기업 삼성이 빛을 내는 데 정경유착과 무노조 경영, 노동자 탄압은 짙은 그늘이며 명백한 과오"라고 전했다.

 

시민단체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은 "삼성은 직업병 피해자들을 비롯해 시민사회에 대한 불법사찰 행위를 해결하라는 요구에 여전히 답이 없다"고 지적했다. 반올림은 삼성 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의 백혈병 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해 2007년 11월 결성됐다.

 

첫 검찰 출두는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건희는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조성사건으로 생애 처음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250억 원의 비자금을 제공한 혐의에도 검찰은 “국내외 경제에 미치는 파장 등을 폭넓게 검토했다”며 그를 불구속 기소했다. 1996년 9월 이건희는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고, 1년 만인 1997년 개천절에 사면복권됐다. 이어 1998년 4월 경영에 복귀했다.

 

2005년에는 안기부 ‘삼성X파일’ 사건이 터졌다. 1997년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과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이 신라호텔 일식집에서 나눈 대화를 도청한 이른바 X파일에는 떡값 검사 실명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당시 미국에 체류 중이던 이건희는 서면조사만 받고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2000년 6월 29일에는 법학 교수 43명이 이건희의 경영권 불법승계 혐의를 고발했다. 1996년 에버랜드 전환사채(일정 기간이 지난 뒤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채권)를 헐값에 발행해 이들이 본인이나 제3자에게 재산상 이익을 주고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다. 이재용 부회장은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싼값에 산 뒤 주식으로 교환해 에버랜드 최대주주에 올랐다.

 

2007년 10월 29일 삼성 법무팀장이었던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그룹 차명계좌에 들어있던 비자금 의혹을 제기했다. 이는 ‘삼성특검’으로 이어졌고 2008년 4월 차명계좌와 1천억 원대의 세금포탈 혐의가 적발됐다. 이건희는 경영쇄신안을 발표하며 모든 직책을 내놓고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에게 경영권을 맡겼다. 

 

배임과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이건희는 2009년 8월 14일 파기환송심서 징역 3년에 집유 4년, 벌금 1100억 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2009년 12월 다시한번 대통령 특별 단독사면을 받았다. 이후 2010년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자녀들과 함께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빈소가 있는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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