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경제전망 Indigo Book」에서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1.5%에서 0.8%로 0.7%포인트 대폭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5.29 (c) 연합뉴스
한국은행은 이번 하향 조정의 주요 배경으로 내수 회복 지연과 미국 관세정책 영향으로 인한 수출 둔화를 꼽았다. 특히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경제심리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미국의 관세정책이 연초 전망보다 강화되면서 성장 동력이 크게 약화된 것으로 분석했다.
성장률 전망을 세부적으로 보면, 1분기 중 내수 부진이 심화되면서 경제가 역성장(-0.2%)을 기록했으며, 2분기에는 정치 불확실성 완화 등으로 반등하겠으나 당초 예상(0.8%)에 못 미치는 0.5%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하반기 이후에는 금리인하 및 추경 효과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제심리도 회복되면서 내수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높은 관세율과 협상 과정의 불확실성으로 수출은 둔화 흐름을 나타낼 전망이다.
[그래픽] 한국은행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 (연합뉴스)
한국은행은 미국 관세정책과 관련해 현재 기본 10%, 품목 25% 관세가 대체로 유지되는 것으로 전제했다고 밝혔다.
이는 2월 전망 시점보다 관세정책의 강도가 보다 강화된 수준으로, 대상 국가가 광범위해지고 관세율도 높아진 상황이다. 하반기 중에는 반도체, 의약품 등에 대한 품목관세도 일부(10%) 부과될 것으로 전제했다.
부문별로는 민간소비가 1.1%, 설비투자가 1.8%로 각각 전망되는 반면, 건설투자는 -6.1%로 큰 폭의 감소가 예상된다. 재화수출은 -0.1%로 소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물가 측면에서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9%로 지난 전망과 동일하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가공식품 및 서비스 가격 인상 등의 상방압력과 국제유가 하락, 낮은 수요압력 등의 하방요인이 상쇄되기 때문이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 전망 대비 0.1%포인트 높은 1.9%로 전망했다.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820억달러로 2월 전망(750억달러)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관수출이 미국 관세 영향으로 감소하겠으나 유가 하락, 내수 부진 등으로 수입이 더 큰 폭으로 줄면서 흑자폭이 확대될 전망이다.
고용 상황은 취업자수 증가규모가 12만명으로 2월 전망(10만명)을 다소 상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건설투자 부진과 미국 관세정책 등의 영향으로 건설·제조업 고용 감소가 지속되겠으나, 정부 일자리 대책에 힘입어 공공행정·보건복지 일자리가 당초 전망을 상당폭 웃돌 것으로 분석했다.
내년 성장률은 내수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개선되겠으나 통상환경 악화의 영향이 이어지면서 당초 예상(1.8%)을 하회하는 1.6%로 전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8%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향후 성장경로가 미국과의 무역협상 결과에 따라 상방과 하방, 양방향으로 크게 달라질 것이며, 국내 경기부양책 여부 및 강도에도 상당폭 영향받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글로벌 무역갈등의 추가 완화나 정치 불확실성 완화로 인한 심리 개선은 상방리스크 요인인 반면, 주요국 통상갈등 재부각이나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건설부문의 구조적·경기적 둔화 지속은 하방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